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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옷 pleats 개요

by 패션파워 2024. 8. 14.

1970년대 대량생산된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 섬유에 일본의 기모노 제작 기술 접목하여 이세이미야케는 열을 가해 모양을 잡으면 그대로 유지되는 주름옷 개발했다. 검정 터틀넥은 스티브 잡스가 애용한것으로 유명하고, 우리나라에 매장 39곳 운영하여 자투리 남기지 않고 폐플라스틱 활용하여 '지속 가능한 패션'을 추구하고 있다.

옷에 구겨지지 않는 주름을 만든 패션 혁신가는 일본인 패션 디자이너 겸 건축가 이세이 미야케였다.

그는 1970년대 대량생산된 폴리에스테르나 폴리우레탄 등 합성섬유에 일본의 전통놀이인 종이접기와 기모노 제작 기술을 접목해 열을 가해 모양을 잡으면 그대로 유지하는 주름옷을 개발했다.

주름옷의 탄생은 "옷은 100% 완성시키지 않고 절반만 만들고, 나머지는 소비자들이 입고 움직여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미야케 특유의 패션 철학의 산물이다. 몸에 꼭 끼고 맞는 옷이 아니라 신체와 의복 사이 공간을 이용하여 움직임에 따라 옷의 형태가 완성되도록 하였다. 옷이 가벼운 데다 물에 넣어 빨아도 주름이 없어지지 않고, 휴대하기도 쉬워 일상복은 물론 여행복으로도 손색이 없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옷에 '아름다운 주름 만들기'는 패션계의 오랜 숙제였다. 
미야케가 만든 주름옷 '플리츠(pleats)'는 폴리에스테르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와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여성, 잡화에서 남성 패션으로 확장하며 최근 연 수익 1,0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가 만든 검정 터틀넥의 최고 고객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였다. 미야케는 스티브 잡스를 위해 수많은 터틀넥을 제작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39개 미야케 매장이 있다. 옷 한 벌에 약 300만원, 머플러 등 소품이 몇 십 만원으로 어느 새 명품 반열에 올라섰다. 그런 한편으론 이를 카피한 복제품들이 정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는 실정이기도 하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이세이 미야케(1938~2022년)는 어릴 적 핵폭탄의 영향으로 골수염을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안고 살았다. 그는 성장하면서 '패션은 기쁨을 주는 창조 행위'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65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의상조합학교에서 공부했다. 기라로쉬 지방시 등에서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며 프랑스 패션을 익힌 뒤 귀국했다.

옷에 '아름다운 주름 만들기'는 패션계의 오랜 숙제였다. 주름 만들기의 가장 큰 장벽은 섬유의 흡습성이었다. 공 들여 주름을 만들어도 수분을 만나면 사라졌기 때문이다. 모든 천연섬유는 흡습성이 있어 주름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가 없다. 그런데 1940년대부터 등장한 합성섬유(플라스틱 섬유)는 흡습성이 거의 없어 한 번 열을 가해 모양을 잡으면 이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었다.

미야케는 바로 이 점을 포착하였다. 미야케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1970년대는 합성섬유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흡습성이 거의 없는 이들 섬유는 싼 옷감 재료에 속했다. 미야케는 그의 천재성을 이 플라스틱 옷감에 불어넣었다. 일본 전통의 종이접기와 기모노를 과학기술과 접목시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해냈다. 한 장의 천을 두 배~세 배 크기로 재단하여 붙이고, 그것을 두 장의 종이 사이에 넣어 주름을 잡은 뒤 높은 온도와 강한 압력으로 주름이 있는 옷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1970년대에 태동한 그의 주름옷은 세계를 주름잡았고, 오늘날까지 장장 50여년 동안 세계 패션의 중심에서 물러설 줄 모른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패션은 유행 주기가 매우 짧고, 유행하는 현상도 획일적이지 않아서 시대를 대표하는 유행을 언급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름옷은 숱한 유행 스타일과 잘 어울리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값싼 플라스틱 천에 압력과 열처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주름옷은 우리나라 전통시장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옷이 되었다. 아름다운 주름으로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대중화를 이뤄낸 것이다. 이렇게 미야케는 현대 패션사에 큰 획을 긋고, 2022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야케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소한의 재단으로 자투리를 남기지 않거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옷을 만드는 '지속가능한 패션'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미야케의 패션 혁신은 과연 어느 방향, 어디까지일까. 날씨가 더워지고, 장마가 닥쳐 습도가 높아도 그가 만든 주름옷은 살랑거리며, 세계인들을 기능적이고 아름답게 해줄 것이다. 이런 그를 칭송만 하고 말기에는 왠지 마음 한쪽이 무겁다. 부러움 때문일까.

사진=이세이 미야케/ 출처:이코노텔링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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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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